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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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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잡담

[비긴어게인]예술가와 예민함(이소라의 삐짐에 대하여)

CRAD 2017. 7. 4. 20:39

 가수 이소라의 예민함은 유명하다. 예민보스. 이소라하면 생각나는 키워드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수, 목소리, 와우저, 예민함 정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며, 가장 좋아하는 작사가이며,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이다.


 그녀의 예민함을 드러낸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아무래도 많이 기억되는 건 나는 가수다 떄, 김건모 탈락에 대한 몽니가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 비긴 어게인에서도 그녀의 예민함은 그들 팀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이소라의 충고에 대해 유희열이 놀리자 그녀는 예의 불편함을 드 러내면 속칭 '삐졌'다. 그 표현이 가장 그 상황에 어울린 것 같다. 유희열을 비롯하여 그녀의 '삐짐'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시청자는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참 같이 다니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해을 것 같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은 참 고양이 같다는 것이다. 독이 바짝 오른 고양이. 평소에는 살랑거리다가도 무엇인가 자신의 비위에 안 맞으면 어느그샌가 발톱을 드러내는 그 모습은 참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소라가 비긴 어게인에서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음악이 가장 소중하기에 그 음악을 아무렇지않게 대해버리면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된다. 이 말이 그녀의 예민함에 대한 이유가 되어주는 듯하다. 

 그녀는 자신이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는 음악가이며, 그 가사는 자신의 삶에서 녹아나온다. 즉,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음악이다. 그녀의 감정 하나하나가 곧 음악으로 표현된다.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는 숨을 죽이게 되고, 노래를 부르면서 상처를 받고 그 떄의 기억을 재생하는 그 감정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람이 분다'처럼 그녀가 부르기 힘들어하는 노래를 듣고 싶어하면서도 쉽게 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그 노래를 부르면서 그 쓸쓸함을 고스란히 다시 느낀다는 것을 듣는 사람들도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의 예민함을 변호하고 싶어진다. 그녀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조금 이해하기 힘들만큼 민감하게 상황에 반응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아름다운 음악이 또 다시 그녀의 입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의 그런 점은 너무도 예술가같다. 물론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조금 피곤하기야 하겠지마는, 음악을 소비하는 청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기에 그녀의 삶도 사랑한다.


 그리고 사실 그정도의 삐지는 것은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눈을 까뒤집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