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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스포]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2018)

CRAD 2018. 3. 27. 19:28

리틀 포레스트, 2018, 임순례, 김태리, 류준열


와 마지막 글을 보니 지난 해이다. 지난 주도 아니고 지난 달도 아니고 지난 해. 새해 인사를 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린 이즈음에 새해 첫 주절거림을 올려본다.


김태리라는 배우는 참 매력적이다. 아가씨도 봤고, 1987도 봤고, 어쩌다보니 이번에(한 2~3주 된 것 같기는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도 봤다. 김태리라는 배우는 아직 신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벌써 굵직굵직한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감독들에게만큼이나 관객들에게도 그 매력이 통한다고 볼 수 있다. 나 한테도 통한 듯.


김태희나 전지현처럼 전형적인 미인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쁘다. 특히 까무잡잡한 얼굴에서 풍겨오는 개구쟁이나 털털한 느낌이 당찬 소녀를 연기하기에 최적인 듯 하다. 남자배우들 중 이런 비슷한-엄청 잘생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잘생긴 것 같은-느낌은 류준열에게 있다. 둘이 만났네. 배우에 대해서는 여기까지하고,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1. 그래,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이 영화는 처음부터 힐링 영화라는 이름으로 홍보를 했다. 도시 생활에 지친 한 여자가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시골로 돌아와 땅이 정직하게 돌려주는 자신의 땀을 수확하며,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이야기.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가. 

 이 영화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힐링 영화이기에 확실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면서 영화가 끝나면서 나올 때에도 개운하게, 아 잘 봤네.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 역시 목표를 힐링으로 잡았기에 다른 산적한 모든 문제는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힐링이나 하자. 하며 모른 체 해버린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도시의 삶에 지친 젊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나온 영화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이다. 영화안에서는 모른 체해도 상관없지만 이 영화가 타겟으로 하는 사람들은 모른 척 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본 직후의 흐뭇함은 시간이 갈수록 뭔가 찜찜하고 끈적한 느낌이 남는다. 

그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그래,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2. 대략의 이야기.

 기억력이 안좋은 관계로 배우의 이름으로 내용설명을 하자면.

 김태리 : 수능끝나고 엄마가 날랐다. 대학가서 아등바등 살다가 임용에 떨어지고 엄마랑 살던 시골 집으로 와서 좀만 살려고 하지만, 맘도 편하고 적성도 맞고, 음식도 괜찮고 하다보니 계속 살 것 같다. 마침 어릴 때부터 만난 친구들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류준열 : 회사 다니다가 여러분들 저는 이 세상에 굴레를 모두 벗어던지고 떠납니다~ 하고 사귀던 예쁜 여자친구와도 빠빠이하고 시골로 내려와 아버지가 하던 과수원 일을 받아 농사를 짓는다. 

 진기주 :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 취직까지 했다. 도시는 가고 싶지만 너무 깊게 뿌리박혔다. 도시 갔다 온 친구들이랑 잘 놀아주고 류준열을 짝사랑한다.

 문소리 : 요리를 잘하던 김태리의 집나간 엄마다. 김태리가 가끔 마약을 한마냥 환각으로 본다. 살아는 있다.

영화가 스릴러나 서스펜스도 아닌 관계로 딱히 스포일러라고 할 게 없다.


3. 주인공만 오면 되는 무대

 사실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였던 것이다. 다만, 배경이 한국이고, 시대가 현대일 뿐.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다. 힐링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힐링에 방해되는 것들은 적당히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둔다. 반대로 힐링에 좋을 것 같다 싶으면 슬그머니 가져다 놓는다.

 김태리는 도시에서 임용시험에 떨어지고 시골로 왔다. 시골로 온 김태리의 옛집은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깨끗한 집상태와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홈쇼핑에서 쓰일 듯한 새 주방기기들과,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반겨주는 친구와,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반겨주는 시골의 인심과,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자질구레한 일손을 도울 일들과,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이 영화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은 마치 극의 배경인 '시골'은 김태리라는 주인공을 기다리는 무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힘든 청춘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로 홍보했지만, 그 힘든 청춘들에게는 그들을 기다리는 무대따윈 없다. 

 예를 들어, 김태리처럼 현대 한국의 서울에서 임용고시에 떨어진 평범한 여성이 재충전을 위해 시골로 내려갈 결심을 했다고 치자. 지금 생각나는 것은 당장 살고있는 곳의 보증금과 계약기간이다. 어떻게 처리하고 시골에 내려오면 깨끗한 집이 있을까? 아니 집이나 있을까. 

 물론 주인공에게 시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집을 나갔다. 모아놓은 돈도 없다.(알바로 1년 치를 벌어놓긴 했다.) 남친은 임용 붙었다. 그런데 진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의식주는 해결이 된다. 


4. 그럼 이 영화 별론가.

아니다. 재밌다. 볼 만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사소한 것, 심지어는 좀 사소하지 않은 것들도 모두 짱박아둔다. 돈? 응, 편의점 알바해서 1년치 벌었어. 집? 응, 고모가 맨날 치웠어. 요리? 응, 엄마가 요리 잘해서 잘 배워놨지. 친구? 응, 시골친구 나만 기다리고 있었음.

 덕분에 목표를 성취한다. 시골의 사계의 풍경과 김태리의 한 여름에도 불구하고 타지 않는 비브라늄 피부와 친한 친구들과 나누는 시골 밤의 막걸리,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까지. 당신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시는 힐링하면 생각나는 모든 키워드가 집합해있다. 때문에 보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건 비꼬는게 아니라 진짜다. 강아지의 끙끙 소리와 김태리가 하고 있는 요리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점차로 좋아진다.

 다만 못해, 김태리의 팬만이라도 된다면, 아니면 시골의 정겨운 풍경을 보고 싶다면, 그도 아니라면 눈으로 호강하는 요리를 보고 싶다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5. 다만

 난 단 음식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근데 이 영화는 요리의 조금 비어있는 맛을 설탕, 혹은 사카린, 혹은 스테비오 사이드를 사용하여 단맛으로 채워버린 느낌. 그러나 그러한 단맛도 나쁘지 않다. 어떻게 밥만 먹고 사나, 마카롱같은 한 입먹고 나면 '에그머니나'하고 뇌가 설탕으로 절여지는 것 같은 단맛도 보면서 사는 거지. 


2018.3.27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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