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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방학] 편애 본문

감상/음악

[가을방학] 편애

CRAD 2014. 9. 28. 18:23



로 기울여 진 채로 

오래 돼 휘어진 옛 책들은

일으켜 세워 똑바로 꽂아봐도

꼭 주저앉죠. 자꾸 치우치려하죠.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는 우리

한 쪽 어깨만 젖기로 해요 서로

확 기대요. 꽉 잡아요. 꼭 안아요.

이제와서 멀어지면 휘청대다 쓰러질 뿐


우린 서로

편해해서

서로의 편에 서 온

사이잖아요.


우리인게

참 편해서

점점 더 

편해 하는 사이잖아요.


정든 찻 잔에 생긴 얼룩은

유독 즐기던 커피 탓인걸.

미웁나요. 어떡하나요.

우리 헤어지면 서로 우스운 꼴이 되고 말텐데요.


그대는 내

편에 서고

난 그대 편에 서는

우리잖아요.


우리인게

참 편해서

점점 더 편애하는 사이잖아요.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오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오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오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오 나의 그대여.

엔하위키 미러

1. 가을방학에 대해서

 난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이다. 계피가 나간 2집도 역시 좋다. 하지만 계피의 목소리는 정말 좋다.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한다. 숨소리도 좋아한다. 특히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 "앵콜요청금지"에서 노래 시작할 때 숨소리를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날 들려온 청천벽력같은 소리. 계피가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탈퇴했다니.

 계피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찾아봤다. 우쿨렐레 피크닉에서도 계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뭐 이런 곡, 저런 곡 계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은 계속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가을방학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줄리아 허츠의 정바비와 (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계피는 (엔하위키 미러에 따르면)

둘의 첫만남은 계피가 브로콜리 너마저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2008년 GMF 백스테이지였다. 계피는 줄리아하트의 오랜 팬이었고, 정바비도 평소 계피의 음색을 사모하던터라 계피가 장난스레 건넨 "백보컬 필요하시면 연락하라"라는 말을 계기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2009년, 계피는 활동하던 밴드인 브로콜리 너마저를 그만두고 쉬고있었던 도중에 부담없이 데모곡 몇가지 작업해보자라는 정바비의 제안으로 드디어 '가을방학' 유닛을 결성한다. 정바비는 몸담고있던 줄리아 하트의 색깔보다 다소 어두운 곡이 많이 쌓이자 자신은 공연장에서 이러한곡들을 소화해내지 못하겠다 싶어 페르소나를 찾다가 어떤 곡이든지 처연하게 소화해내는 여백의 매력을 가진 목소리의 계피에게 끌렸다고 한다. 

라고 한다. 


2. 편애

 누구나 쉽게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모습이 정바비만 통하면 가사가 되어 온다.

 1집 때 동거에서도 우편이 우편함에 꽂혀있는 모습이 가사가 되었고, 3X4의 중심소재는 헤어진 연인의 증명사진이었다. 

 이런 감성이 정말 좋다.

 

 편애에서도 이런 감성이 많이 느껴진다.

 편애.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쪽만을 유달리 사랑함.

 노래는 계피 특유의 담백한 목소리로 오래된 연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한쪽으로 기울여 진 채로 오래 되어 휘어진 책들은 똑바로 꽂으려해도 자꾸 쓰러진다.

 밥값은 없어도 책은 사볼 정도로 그런 열성적인 장서가는 아니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사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래된 책들이 휘어져 잘 꽂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휘어진 책들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른 책에 기대거나, 벽에 기대거나 해야한다.

  마치 책처럼 우리도 서로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겐 네가, 너에겐 내가 항상 필요하다. 이런 말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스며든다.


 정든 찻잔의 얼룩은 내가 그 찻잔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구절도 마찬가지이다. 얼룩이 생긴 이유는 찻잔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인데 그 얼룩이 보기 싫으니? 이 얼룩이야말로 서로 좋아한다는 증거가 되지 않니? 라고 반문하는 듯하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우리 헤어지면 서로 우스운 꼴이 되고 말텐데요.

 이 노래의 핵심 구절. 마치 휘어진 책처럼, 얼룩진 찻잔처럼, 우리에게는 큰 가치가 있지만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일까요? 혼자 서지도 못하는 책, 그리고 깨끗하게 보이지 않을 찻잔이 남들에게 가치가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이라도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인게 참 편해서 서로 편애하는 사이잖아요. 

 오 그대여, 오 그대여, 오 그대여.


3. 오래된 커플 

오래된 연인에 대한 사랑을 새삼 고백하는 노래가 하나 더 있다.

 이 노래는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티를 내고

 그 꼴을 보며 혀를 차던 오래된 커플

 '우린 뭐 달랐겠어'하고 웃음 짓네


 같은 순간 같은 일에 같은 표정으로 웃고

 혹시 남매냔 질문에 깜짝 놀라지만

 너희 이미 아주 많이 닮아있단 사실을 아니

 가족 사진 속 엄마아빠처럼


 고맙단 말을 하고플 땐 미안하다고

 사랑한다 할 타이밍에 밥 먹었냐고

 암말도 없이 뒤에서 꼭 안아줄 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갈 힘이 생겨


 같은 순간 같은 일에 같은 표정으로 웃고

 혹시 남매냔 질문에 깜짝 놀라지만

 너희 이미 아주 많이 닮아있단 사실을 아니

 가족 사진 속 엄마아빠처럼

 

 두근두근대는 설레밍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이 들어간다면

 너흰 누굴 선택하겠니

 나는 다른 상상이 안 돼


 번져가고 물이 들고 서로의 시간 속으로

 너무 깊이 와버렸나 살짝 겁나지만

 너흰 정말 아주 많이 닮아있단 사실을 아니

 지금보다 더 오래된 커플처럼

 가족사진 속 엄마아빠처럼.



 뭔가 축가스러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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