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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강스포]핵소고지Hacksaw Ridge(2016)

CRAD 2018. 5. 3. 13:40

핵소고지Hacksaw Ridge, 2016, 멜 깁슨, 앤드류 가필드, 테리사 파머, 휴고 위빙



전쟁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피가 나오는 모든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쟁 영화는 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극사실주의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선혈이 낭자하여 웬만해선 기피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영화는 전투 장면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다른 곳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영화이다. 다만 혹평할 수 없는 것은 내가 힘을 쏟아부었다고 표현한 그 전투 장면이 굉장히 수작이라 그 장면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중간중간에 관객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비약하는 감정선과 사이사이 토막나 버린 이야기들이 그 몰입을 깬다. 거기에 데우스 엑스 준장마의 등장으로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해결되어 버리는 식의 결말도 주인공이 겪어온 모든 고난을 생각해볼 때 허무하다.



어릴 적에 형제의 뚝배기를 깰 뻔하고, 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PTSD로 인하여 알콜중독자가 된 아버지가 어머니를 권총으로 죽이려 하자 도스(주인공)는 총을 다시는 만지지 않기로 한다. 길거리에서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한 간호사를 만나고 첫 눈에 반해서 개수작을 부려 꼬시는데 성공한 도스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자원입대를 하려고 한다. 


 자신의 과오 때문에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몰두하는 도스는 군에 자원입대해서도 총을 만지지 않으려고 하다가 집단 린치를 당한다. 특히, 하사가 막 뽀뽀라도 할 듯한 위치에서 소리소리를 질러댄다. 그러나 도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훈련을 한다. 그러자 하사가 갑자기 응원을 한다.(?) 그러나 그거슨 페이크, 진 보스는 대령이었다. 상관 명령 불복종으로 고소해버린다. 석방 조건은 하나. 자원입대 포기하고 집에 가라. 그러나 도스는 개썅 마이웨이. 총을 들지 않은 터프가이. 구속이 거의 확실시 되는 순간.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에서 싸울 때 지휘관이 준장이었는데, 아버지가 그 사람을 찾아가서 편지를 받아온다. 그걸 보자마자 도스는 무죄. 이 맛에 헬프리카 삽니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전장인 오키나와 도착한 도스는 사람들이 죽어나오는 모습을 보게된다. 가장 치열한 핵소고지에 배치된 도스. 미군은 고지를 탈환했다가 엄청난 반자이 돌격으로 밀려난다. 그 와중에 의무병으로 참여한 도스는 버로우를 하고 있다가 일본군이 안 보는 야음을 틈타 부상병과 중대원들을 시체를 밑으로 내려보낸다. 하룻밤에 75명을. 이 장면은 그 장면 만으로도 굉장히 감명 깊다. 전투 장면과 도스가 밤 새도록 중대원들을 밑으로 내려보내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면서 사실 몰입이 안되는 것이 주인공이었다. 하룻밤에 75명을 내려보내기에는 앤드류 가필드가 너무 호리호리해서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허나, 찾아보니 실제 데스몬드 도스도 굉장히 호리호리했다.


 결국, 총을 들지 않는 군인에 매혹되어버린 중대는 도스가 아니면 안되게 되버렸다. 중대장이 이등병에게 거의 지휘권을 일임. -니가 안 가면 애들이 안 간대. 같이 가주면 안될까?- 도스는 돌격 전에 기도를 선봉에서 돌격한다. 


 무사히 돌아온 도스는 그렇게 죽고 못살던 미녀 간호사와 결혼한다. 그리고 이혼한다. 내가 이럴줄 알았다. 이렇게 극적으로 연결된 커플들은 이상하게 많이들 이혼하더라.

 그리고 도스는 총을 안 들었음에도 명예훈장을 받는 영예를 누리고 2006년에 사망해 최고 예우를 받았다.




 단점을 꼽아보자. 위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전투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가 구성된 영화이다. 때문에 영화 내내 이런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빨리 대충 끝내고 전투 장면을 보여줘야지. 그래서인지 전투 장면 전에 내용이 툭툭 끊어진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도스의 대쉬에 응하는 장면이 은근슬쩍 넘어가고 어느순간 여친이 되어 도스 집에서 밥을 하고 있다. ?

 하사가 주축이 되어 도스를 그렇게 집단 린치하다가 도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군생활을 할 의지를 보이자 너의 미래를 응원한다는 박카스 광고 같은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

 군 법원 선고 직전에 아버지가 준장이 준 편지를 들고 오자 대령이 사건을 종결한다. ???


 한 가지 더. 일본 군이 일망타진 당하기 전에 갑작스레 비장하고 웅장한 음악이 깔리더니 일본군 수뇌부가 할복자살을 한다. 식민지배를 당했던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보기엔 굉장히 역겨웠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영화 내에서 일본군을 너무 비인간적인 악마같은 형상으로 그리다보니 이를 비장미로 포장하려는 개수작같다. 하여튼 할복 좋아해.  +  미국 특유의 국뽕이 가미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으쩔수 읎는 일이지 않는가. 당시 미국의 분위기가 실제로 그러기도 했고. 다만, 멜 깁슨이 나온 위워솔져스 맛이 약간 혀끝에서 감돈다. 



 장점은 전투장면이다. 전쟁의 참상을 굉장히 잘 드러냈다. 실제로 전쟁 장면을 보지 않았기에 상상할 수 밖에 없지만. 구더기가 드글드글하고, 시체를 파먹은 쥐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며 사지가 날아가고 전장공황에 빠지고, 옆에 있던 전우가 갑작스레 죽는.

 데스몬드 도스가 혼자서 전장을 누비며 전우를 하나하나 구하는 것도 그 간절함과 긴박함, 긴장감이 잘 느껴졌다. 아무래도 음악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약간의 불편함은 과연 집총을 하지 않는 도스의 행동이 옳은가이다. 가치판단은 내가 그 사람이 아닌 한 조심해야할 일이지만, 내 생각에 도스의 행동은 자기 기만적이라고 보인다.

 총을 들지 않고 의무병을 하는 것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닌가.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는다뿐이지 결국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영화에서 예를 들면, 하사가 다리를 다친 와중에 도스는 하사를 모포위에 태워서 내려가려고 한다. 그 와중에 하사는 도스들을 쫓아오는 일본군들을 사살한다. 그럼 그 과정에서 도스는 직접 총을 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양심에 부합한 일을 한 것일까. 만약 그 것이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 양심의 범위는 굉장히 협소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운 좋게-전쟁 중에 운이 좋다는 말은 웃기지만-자신의 신념을 배반할 일이 생기지 않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전우가 일본군에게 공격당하기 직전에 자신에게 공격할 기회가 있다면, 도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사기로 마취 공격? 단단해지기? 그 상황에서 일본군을 공격하지 않으면 최선의 방법은 일본군의 공격을 내버려 두었다가 다친 전우를 치료하는 것이다.


 

 물론 일본제국의 적국으로서 미군의 생명을 구한 도스의 업적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을 잡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이 영화도 현실기반이기 하다만-발생한다면 그 모습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현재의 나로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아쉽다.


2018년 5월 3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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