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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강스포]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CRAD 2017. 12. 20. 19:46

 움베르토 에코를 좋아한다. 그의 방대한 지식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지식의 유연성과 활용성에 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할 줄 안다. 작가로서 에코를 더욱 좋아하는 이유는 그러면서도 웃음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적절한 아이러니와 탁월한 비유와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고 앉아 썩소를 지으며 툭툭 이야기를 내뱉는 재수없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이러한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예전에 가볍게 훑어본 적이 있는 책인데, 이번에 아예 책을 샀다. 그리고 읽으면서 생각한 것인데 나는 이 책을 몇 번 더 읽을 것 같다. 똑똑한 사람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거나 너무 똑똑한 사람은 너무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아, 그리고 번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우면 굉장히 성의가 배어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읽으면서 아주 약간 걸렸던 점은 역자가 자신이 굉장히 성의를 다했다는 것을 자꾸 드러내려고 했다는 점 정도. 하지만 번역의 질은 그 자신감? 표현에 걸맞을 만큼 높다고 평가하고 싶다.


 읽으며 소리내어 웃었던 몇 꼭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위에서 말한 일들을 맡고 있는 바보들의 봉급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포크란 완두콩을 그러모으는 척하면서 접시 밖으로 떨어뜨리는 데에 쓰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던가.

 -대개 역의 구내식당에서 사람들을 몰살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보온병 재질의 플라스틱 컵에 따라 마시는 펄펄 끓는 고약한 혼합물 말이다.

 -커피가 객실에 배달될 즈음이면 이미 식을 대로 식어서 얼음장이 덮여 있기가 싶상이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커피포트는 자기로 되어 있다. 그래야 별 탈 없이 확실하게 뚜껑이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유대계 성을 가진 자들은 반동적인 시온주의자들이고, 비유대계 성을 가진 자들은 반유대주의적인 반동주의자들이다.

 -기차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막스 베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남는 실수를 범한 죄에 대한 벌이다.

 -신안 상품을 구입하는 방법 전부

 -그것도 모자라서 유니세프의 보호를 받는 모든 어린이들을 괴혈병으로부터 지켜 줄 만큼 많은 과일 주스, 영화 대식에 나오는 인물들의 부검을 맡았던 의사가 구토를 할 정도로 많은 아몬드와 호두와 땅콩을 삼켜 버린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 방언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록사나와의 혼례를 축하하던 시절에 케피리스탄에서나 통용되었음직한 말이었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대상이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좋다. 어떤 문제를 놓고 아무리 곰곰히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현재 그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이상을 결코 알아내지 못한다.

 -한마디로 말해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이다.

 -문제는 내가 그런 우스꽝스러운 문제들을 해결하느라고 이 나라를 위해 쓸모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들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고 전화를 걸고 인지를 삼으로써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돈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낭비가 법률에 따라 행해지는 한.

 -이탈리아에서 카페의 설탕 그릇 때문에 수난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찻숟가락으로 설탕을 그릇에서 퍼내려는 순간, 뚜껑이 기요틴처럼 뚝 떨어져 내려서 숟가락을 떨어뜨리게 하고 주위에 설탕을 흩뿌리게 하는 그 고약한 설탕 그릇을 말이다. 

 그럴 때 그런 물건을 발명한 자는 마땅히 감옥에 보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수난을 겪은 사람들의 저주와는 반대로, 그 발명자는 천국과도 같은 아름다운 해변에서 자기 범죄의 달디단 열매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유머 작가 셸리 버먼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설탕 그릇을 발명한 자들은 머지않아 안쪽에서만 문이 열리는 대단히 안전한 자동차를 발명하게 될 거라고.

 -사용 설명서를 따르는 방법 전부.

 -표지판을 세우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펴지판은 가야 할 길이 눈에 빤히 보이는 곳, 모든 운전자들이 직감으로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세워야 한다. 운전자를 반대 방향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약품의 사용 설명서는 그와 달리 우리의 목숨이 달려 있는 경고문을 난해한 문장으로 작성한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작가란 언어를 그 한계 너머로 이끌어 가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대담한 비유를 사용한다 할지라도 다음과 같이 그것에 책임을 진다.

 -우리 아이들도 내가 일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애정과 에너지와 자신감을 줌으로써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의 일에 대해서 보여 준 아이들의 철저하고 초연한 무관심에 감사한다.

 -그런 평론을 읽어 주는 사람들은 주로 다른 평론가들이고 비편의 대상이 된 미술가가 그 글을 읽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 있다.

 -만일 배우들이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여러분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늑장을 부린다면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포르노 영황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어른들은 내게 이렇게 가르치쳤다. 누가 뭔가를 공짜로 주겠다고 하거든 경찰을 불러야 한다고.

 -이성 간의 성관계는 죽음을 유발한다라고. 이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바이지만, 이성간의 결합은 아이를 생기게 한다. 그리고 누구든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성조기라는 단편소설. 꿀잼이다.

 -아놉티콘.


 12월 20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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