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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록이야?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본문
유려하고 감탄이 나오는 글의 짜임새와 문체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작품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일상 속 한 부분에서 소재를 끄집어내어 자신의 경험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적절히 배합한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냉장고에 있던 밑반찬으로 상을 차렸음에도 부족함이 없는, 집밥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라는 장르가 그렇지만, 이 에세이집은 정말 박완서라는 사람의 일기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세이를 그다지 많이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세상에 내보여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자신이 늙어가면서 드는 회한과 그 속에서 걱정, 고민. 그러나 그 속에 항상 빛나고 있는 희망까지. 나이를 먹는다는, 누구나에게 공평한 시간의 거대한 흐름에 속절없이 휩쓸려가는, 그러나 그 안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에 웃음짓는 그러나 그 속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욕심은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 그런 한 노인, 어른.
없는 재능 중 그나마 글쓰기가 가장 나은, 그런데 글쓰기를 가장 무서워하는 나는 그런 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글쓰기에 대한 무거움을 조금 덜어내어 이렇게 오랜만에 글로 남긴다.
어느새 늙어버린 자신을 보며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원망, 동시에 남편과 아들을 자신보다 먼저 여읜 슬픔과 분노를 치료해준 시간에 대한 감사함. 제 발로 고향을 떠나왔으면서도 누구보다 고향을 그리워했던 어머니의 고향에 대한 모순된 감정, 상경한 소녀로서 겪어야 했던 유년시절의 열등감과 그 덕분에 갖게된 관계와 사람에 대해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시선.
어떤 사람이든 필연적으로 갈등하는 모순. 그 모순을 솔직하게 글로 남겨주어 한 독자로서,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함을 느낀다.
p.14 그 산책길은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 그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눈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p.20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착해 보이는 날이 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런 날은 살맛이 난다.
p.24 다시 속기 싫어서 다시 속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만나는 모든 것을 일단 불신부터 하고 보는 방법은 매우 약은 삶의 방법 같지만 실은 가장 미련한 방법일수도 있겠다.
믿었다가 속은 것도 배신당한 것에 해당하겠지만 못 믿었던 것이실상은 믿을 만한 것였다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것일 수밖에 없겠고 배신의 확률은 후자의 경우가 훨씬 높을 것이다.
p.31 그리고 그 예비지식 때문에 나는 거지조차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 눈으로 확인한 그의 비참조차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p.55 보통 사람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장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내세운 조건은 어쩌면 가장 까다로운 조건인지도 몰랐다.
p.66 고기 없는 물이 아무리 깨끗해도 살아 있는 물이 아닌 것처럼 꿈이 없는 잠은 산 사람의 잠일 수는 없을 것 같다.
p.69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절박하 현실 감각에서 놓여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한가해지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꿈음을 단념할 만큼 뻣뻣하게 굳은 늙은이가 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녀 적에 살던 집 앞을 지나면서 울고 싶을 만큼 센티한 감정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만 봐도 나에겐 꿈을 꿀 희망이 있다.
p.80 내일쯤은 새 구두도 한 켤레 사야겠다. 회색으로 살가 베이지색으로 살까? 눈 딱 감고 분홍 구두를 살까? 주책없이 설레고 있다.
p.97 그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소년의 뇌리에 생전 잊히지 않는 악의 화신으로 각인돼 있을 내 모습도 내 모습이려니와 구구절절 자신만만하고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나의 설교조의 고음까지 귀에 쟁쟁하여 진저리가 쳐졌다.
p.104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크게 못할 짓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랬을까, 그것도 의심스러웠다. 정말 그랬다고 해도 그건 타고난 소심증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한없이 작고 비루하게 느껴졌다.
p.105 난 너희들이 무섭단다. 접때 일은 사과할게, 나 좀 이해해주라.
p.108 그냥 아파트가 너무 편해서, 온종일 몸 놀릴 일이 너무 없는 게 사육당하는 것처럼 답답해서 나에게 맞는 불편을 선택하고자 했을 뿐이다. 내가 거둬야 할 마당이 나에게 노동하는 불편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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