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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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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강스포]블랙미러 시즌1

CRAD 2017. 11. 3. 18:22

 새벽에 잠이 안와서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블랙미러 시즌 1편을 다봤다. 3편밖에 되지 않기도 했고, 재미도 있고 해서 금방 다 봐버렸다.(그런데 쓰고나니 조금 이상한 말이다. 동영상은 재밌든 재미가 없든 보는 시간은 똑같은데 금방 다 보는 것이 가능한가?) 여튼 2011년에 나온 시즌 1을 다 보고 기록차 나의 생각을 남긴다.


 시즌 1편은 the national anthem. 국가-우리나라로 따지면 애국가같은 그런 내용이다.

 이 내용은 예전에 누군가 올려논 캡쳐본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납치된 공주와 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는 방송에서 돼지와 수간을 해야 한다면 납치범의 요구. 그 대상은 총리였다. 총리는 당연히 하지 않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엔 방송에서 1시간 가량 그 내용을 방송해야 했다. 범인은 방송 되기 30분 전에 이미 공주를 풀어줬다. 납치범의 정체는 현대 예술가였고,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였다.

 드라마를 보며 처음에는 자신이 연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얼마나 냉정해질 수 있는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생겨나는 비인간성과 잔인성. 그 끔찍한 내용을 일종의 이야기 요깃거리 정도로. 만약 자신의 일이라면 그 장면을 웃으며 기대하던 사람들은 절대로 같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것이다. 어떤 사건이 자신과 격리되는 순간 사람은 놀랍도록 차분해진다. 그런데 다 보고나니 다른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기획한 예술가와 현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문득 생각이 든다. 자신의 예술의 완성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큰 피해를 끼쳐도 되는가.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기억나는 것은 김동인의 광인소나타라는 단편소설이다. 자신의 예술혼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죽여서 영감을 얻는 작곡가처럼 일종의 완성을 위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예술이 가치가 있는가. 혹은 그것이 예술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시를 쓰기 위해서 로마 시내를 불태웠다고 하는 네로 황제(구라지만)나 뭐 그런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에 대해서는 또 너무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두 번째 편은 15 million merits 1500만 메리트-메리트는 이 드라마 안의 화폐단위이다.

 평생 전기 생산을 위해서 자전거에서만 페달만 돌려야 하며, 이 위를 벗어나는 방법은 살이 많이 쪄서 아예 자전거에도 앉을 수 없는 뚱보 하층민으로 살던가,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캐스팅 되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방법은 자전거 페달을 돌려 버는 메리트 1500만으로 티켓을 사는 것이다. 주인공은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의 주인(여주인공)에게 자신의 형이 유산으로 남겨준 1500만을 투자하여 그 프로그램에 나가도록 하지만, 여주인공은 무대에 올라가서 포르노 배우가 되라는 심사위원에 말에 그렇게 하기로 한다. 남자주인공은 다시 열심히 돈을 모아 티켓을 사서 무대에 올라간다. 그리고 자살 소동을 벌인다. 그리고 그 것을 심사위원이 캐스팅하고, 남자주인공은 프로 자살러로서 일종의 배우가 되어 자전거 위를 내려오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대충 설명하려고 했는데 항상 시작하면 내용 설명 길어지는게 내 단점이다. 위의 내용을 읽느니 차라리 나무위키에서 블랙미러 항목을 읽는게 훨씬 낫다. 리얼 뭔 말 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걸 보면 든 생각은 뚱뚱한 사람들만 노동을 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겉보기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 자기관리의 부족이라고 이야기하는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영역은 굉장히 다를 것이고, 그 분들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가치를 두지 않거나, 혹은 너무 바쁘거나, 혹은 생리학적이나 병리학적으로 건강상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미국도 그런 통계가 있지 않나. 가난할수록 비만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자기관리라는 말의 최종 단계는 네가 그렇게 사는 이유는 모두 너에게 있다.라는 지극히 보수적인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뚱뚱해? 그럼 운동을 안한 니탓이지. 가난해? 그럼 돈을 열심히 안 번 니탓이지. 성적이 낮아? 그럼 공부를 안 한 니탓이지.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문제점이 없을 수야 있겠냐마는. 어떤 학생이 학교폭력을 하는 것에 그 개인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뚱뚱하진 않지만, 딱히 날씬하지도 않고 운동도 안 좋아한다. 그래서 쓰는 글이다.


 

 3 번째 편은 the entire history of you 니가 하는 모든 기억이 저장장치에 저장되어 언제든 출력장치만 있다만 재생할 수 있다면?


 어떤 변호사가 아내와 아내의 친구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아무래도 아내랑 아내 친구의 기류가 이상하다. 그래서 추궁하고 추리했더니 이 둘은 결혼 전에 이미 한 번 찐한 경험이 있었던 상태도 그것도 모자라서 지난 18개월 전에 부부싸움 후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에도 몸을 섞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18개월 쯤 된 딸이 하나 있다. 부정도 못한다. 왜냐면 그 모든 장면은 기억장치를 통하여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끔찍하다. 물론 니가 당당하면 뭐가 끔찍하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 있다. 당신이 야동을 보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본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창피하고 수치스럽고 그럴 것 같다. 그럼에도 장점을 찾아보자면, 1분 전과 지금 말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굉장히 좋을 것 같다. 말이라는 것은 휘발되기에 녹음이라도 해놓지 않으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가 1초전과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물증을 제공할 수 없어 답답한 경우가 많다. 

 "너가 떡볶이 먹자며!", "내가 언제?"

 이런 경우.


 아, 그리고 박찬호 선수가 요새 투머치토커로 인터넷 밈이 되버렸는데, 이 선수에게 이런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시청각 자료가 제공되기에 좀 덜 지루할까, 아니면 5시간 할 이야기를 10시간 이야기하게 되어 킹갓제네럭마제스티엠페러투머치토커가 될까.


 곧 시즌 2도 봐야겠다. 간만에 넷플릭스 한 달 결제 14000원이 잘 쓰인다. 그럼 알쓸신잡 보러가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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